제주는 자전거, 특히 싸이클을 타기에 천국과 같은 곳이다.

아름다운 해안도로와 적당한 낙타등 같은 언덕들이 늘어선 중산간, 180km 내리 달릴수 있는 일주도로, 그리고 1100이라는 최고의 업힐 코스까지. 물론 거센 바람이나 집 나서서 어딜가도 언덕이라는 점은 단점이지만, 이것은 싸이클을 타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반길 수 도 있는 부분이다.

진지하게 싸이클을 타다보면 제주의 싸이클 생활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이벤트나 대회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제주시에서 하는 대회도 있었고, 각 샵에서 1100 힐클라임 대회를 하기도 하지만, 가보면 항상 다 아는 얼굴들만 보인다는 점과 항상 예상 가능한 코스라는 것 때문에 '이벤트' 기분이 좀 덜 난다고 해야할까.

결국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서는 육지로 올라가야하고, 비경쟁 이벤트인 무주 그란폰도를 첫 육지 라이딩으로 계획했다.

무주 그란폰도는 하루동안 무려 135km, 상승고도는 3425m 라는 무시무시한 코스를 7시간 36분 안에 완주해야한다. 당연히 장거리 라이딩을 대비해서 준비를 했어야겠지만... 평소보다 더 게을리 일주일에 한번 주말 라이딩만 다니면서 준비를 게을리했다. 팀으로 나가면서 내가 짐이 될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게을러진것도 있었고... ㅋㅋㅋ


육지에 살았다면 당일로 갔다올수 있는 대회지만, 제주에 사는 우리는 2박 3일간의 일정.

쾌속선을 타고 2시간을 달려서 완도, 완도에서 300km를 달려서 무주까지. 긴 일정이지만 여행가는 기분으로 즐겁게 움직이고, 전날 저녁은 소고기로 거하게 먹으면서 그란폰도를 준비했다.


오늘의 코스



우리는 3분 30초 경에 나온다!!!

첫번째 업힐인 용화재는 기억에도 잘 안남을 정도로 짧게 끝났고, 두번째 업힐인 도마령은 화장실 때문에 팀원들을 버리고 페이스를 높여서 올라갔다. 출발을 늦게했기 때문에 우리와 비슷한곳에 있던 사람들은 페이스가 낮아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헤치고 올라갔다. 뒤에서 훅~훅~ 소리가 나길래 돌아보니, 캐논데일 팀복을 입은 분이 멋진 댄싱으로 휙 지나간다. 페이스를 높여서 따라가볼까 하다가 아직 업힐이 많이 남았으니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내 페이스로 올라갔는데, 바로 다음 코너를 돌아보니 이미 안보인다. 내가 따라갈수 있는 페이스는 아니었다는게 확실하네. ㅋㅋ

화장실도 가고, 펑크난 중학이는 튜브도 교체하고, 수박도 먹고, 이제 신나는 내리막인데 중학이 또 펑크!! ㅠㅠ 튜브와 CO2를 많이 준비했어서 가볍게 튜브 교체하고 꽤 긴 내리막과 완만한 오르막을 지나서 세번째 업힐인 우두령을 오르는데, 지난주부터 장염으로 앓아 누웠던 성현이가 퍼졌다. 

여기서부터 다른 팀원들이 밀고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난 누군가를 밀어본적이 없어서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페이스가 낮아서 쉬엄쉬엄 갈수있을줄 알았는데 오히려 페이스가 생각보다 떨어지니 이상하게 지친다. 팀원들의 밀어주기가 빛을 발해 오르막을 오르는 사람들을 제치고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다시 다운힐 중 펑크!! ㅠㅠ 뒤로 떨어졌던 사람들이 튜브 교체하는 동안 옆으로 슝슝슝 지나가고... 살짝 짜증이.. -_-+

부항령을 지나 살짝 완만한 구간을 지나서 드디어 시작되는 오두재! '이제부터 본게임이지!' 자신감 넘쳐서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시작부터 펑크 ㅠㅠ 아 왜이래!! 오두재는 다들 힘들어서 여기서부터 각자 알아서 올라가서 정상에서 만나기로 했다. 잠깐의 쉬는 구간도 없이 끝없는 가파른 오르막이, 이런 길을 코스에 넣는 사람을 원망도 하다가, 좀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은 어디가고 결국 끌바 ㅠㅠ 빨래판같은 공사장 옆 시멘트 구간은 그냥 길이 시멘트인게 문제가 아니라 모래도 많고 도로가 깨진 곳이 많아서 위험했다. 헤헤, 그래서 끌바 ㅠㅠ

오두재 올라가면서부터 컷오프 시간 내에 완주가 어려울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오두재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형석이가 성현이랑 자기를 버리고 먼저 가라고 한다. 남은 거리가 35km에 컷오프까지 남은 시간이 약 1시간 30분 정도였나... 20km가 넘는 내리막을 빠르게 주파하면 어떻게 시간에 맞출수 있을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져지 따러 한번 가볼까?' 하고 중학, 준섭이와 셋이서 출발!

엄청난 속도로 내리막을 달려서, 자전거 타면서 바로 앞에 헤어핀 때문에 멈춰야 될거를 알면서도 페달을 밟아본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길 막은 차에 소리도 지르고 앞서가는 그룹에 붙였다가 너무 느려서 그룹 추월해서 끌고가기도 하고...

드디어 마지막 업힐인 적상산에 도착했는데, 여기까지 페이스를 너무 높여서와서 시작부터 힘들다. 게다가 적상산은 오두재보다 훨씬 길고, 경사도도 만만치 않은 끝없는 오르막에, 정상에서 사람들을 픽업하려는 차들 때문에 도로가 완전히 막혀서 갓길로 겨우겨우 움직이다보니 갑자기 엄청난 허기가 몰려온다. 길가에 멈춰서 앉아서 남아있던 허니 스팅거랑 와플을 꺼내서 먹는데, 너무너무 맛있다. 냠냠 먹고있는데 조금 쳐졌던 준섭이가 지나가고, 그 뒤로도 한참 후에야 다시 오르기 시작. 자전거 타다가, 끌다가, 타다가, 끌다가... 한참을 올라가는데 친절한(!?) 자원봉사자 분이 2km 남았다고 힘내라고 응원을 해준다. 2km라니!! 그게 지금 응원이라고!!?

어떻게 어떻게 올라가서 주저앉았다. 기록은 7시간 58분 정도였던가.. 컷오프 시간을 넘겨서 져지는 받지 못했다. 먼저 올라온 중학이와 준섭이는 완전 뻗어서 누워있고, 우리중에 가장 먼저 들어온 중학이도 결국 컷오프를 넘겨서 져지를 받지 못했다. 한참 지나니 형석이와 성현이가 메디오폰도로 참가했던 세환이의 도움으로 차타고 올라왔다.

성현이가 퍼졌을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밀어주지 못해서 미안했는데, 마지막에는 져지 따오겠다고 버리고 달렸는데도 져지를 못받아서 좀 아쉬웠다. 져지라도 받아왔으면 남겨놓고 가서 미안한 마음이 좀 덜했을거 같은데.

다리도 아프지만, 허리가 끊어질듯이 아파서 신발을 벗기도 힘들고, 차에 앉아있기도 힘들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하고, 늦은 점심을 먹고 한참을 차로 움직이니 조금씩 괜찮아진다. 자전거 타면서 보급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고 늦은 점심도 먹었는데, 휴게소에서 산 음식들이 끝없이 들어간다. 밤 늦게 완도에 도착해서 조개구이와 전복을 먹고 푹 잤다. 새벽 4시에 월드컵 한국 경기가 있었지만 다들 패스!


처음 참가한 육지에서의 이벤트였고, 혼자가 아니라 팀으로 함께가서 더 즐거웠던 그란폰도였다.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가 될 것 같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MCT 같은 대회에 참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란폰도 같은 비경쟁 라이딩은 꾸준히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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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홍준섭 2014.07.04 00:52 신고

    으흐흐 요번 무주는 피식피식 웃음 나는 즐거운 기억이 많은듯 . 다음에도 시간되면 같이 올라가서 놀다와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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