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서구인들의 오리엔탈리즘의 대상이었던 우리는 이제 또 다른 오리엔탈리즘으로 쿠바나 아프리카, 인도같은 동남아시아나 중동같은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보다 우월하다고 판단되는 서구를 동경하고, 우리보다 뒤쳐졌다고 생각하는 제 3세계를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을 얹어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에서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에 물든 시선으로 바라본 쿠바가 등장할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게 내가 원했던 책의 내용일테고.


하지만 이 책은 대안사회로서의 쿠바의 모습과 그들의 떳떳함을 강조해서 싣고있다. '독재자' 카스트로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생일은 모르지만 모든 아이들에게 생일마다 케이크가 배급되는 사회. 트랙터대신 소가 밭을 갈지만 GDP의 10%를 교육에 투자하는 나라.

몇년전 중국을 여행하면서 느낀것은 GDP와 생활의 질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찢어진 런닝셔츠를 입고도 그들은 밝게 웃었고 어리숙한 여행자들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오히려 가난한 나라의 사람일수록 밝고 즐겁게 살수있다는것. 소비사회의 굴레에 빠진 우리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곧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게 되었다. '느린 희망'에서도 역시 쿠바사람들에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정신적인 여유로움.


그러나 쿠바의 사회도 90년대의 위기 이후로는 암시장과 달러상점으로 시작된 이중경제 때문에 위기를 겪고있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나갈까. 바다건너 지구 반대편의 위기에 이토록 관심이 생기는건 그들이 정말 우리의,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수있기 때문이 아닐까. 유나바머가 네오 러다이트를 주장했던 것처럼, 우리는 더이상의 과학발전과 물질화를 멈춰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 대안이 지금보다 '행복'할수있다면 충분히 걸어볼만한 모험이 아닌가.


책의 초점이 맞춰진 대안사회로서의 쿠바를 보여주는 부분 외에는 실망스러운 부분도 많았다.

사진작가의 에세이집이 아니라 소설가의 사진을 곁들인 에세이라고 들었는데, 알수없이 바뀌는 문체와 Report, Tour Tip 때문에 책의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쉽게 에세이에 얹어서 말을 하려다보니 무리가 따랐던걸까.

사진 또한 본격적으로 사진이 실려있는 에세이집으로서는 조금 질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이 든다. 일반적인 관광객의 여행사진에서 약간 더 나아가 있는 정도랄까. 쿠바에서 오랜 기간 촬영을 한것도 아니고 다큐멘터리 작가도 아니니 내가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는지도 모르겠다. 쿠바에 대한건 데이빗 앨런 하비의 사진집에 너무 익숙해져서일까.


아쉬운 점들이 많기는 하지만, 막연히 생각했던 또 다른 '오리엔탈리즘'의 실체를 깨닫고 대안사회로서의 쿠바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쿠바, 그들의 혁명이 '승리할때까지' 지속되기를 응원하고 싶다.

<느린 희망> - 유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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