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길에,

헌책방에 들렀다.

찾는 책은 딱히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런 목적도 없이 찾아간건 아니다. 항상 무언가 가지고 싶었던 책은 있으니까, 그런 책들의 존재유무를 확인하러 가본달까.

저번에 하루키의 고전을 알뜰하게 꾸려간것이 기분이 좋았던 것일까, 다시 하루키 책을 찾아봤다.

일본 문학은 항상 그자리니까, 쉽게 찾을수 있다. 그러니까 여기는, 우리나라 책들은 들어가서 왼쪽, 사진관련은 오른쪽, 문학은 오른쪽의 다른 방안에. 거기에서도 판타지,SF는 오른쪽, 외국문학은 정면. 일본문학은 가운데 책장. 집근처에 헌책방이 세군데나 있다는 것은 그런것이다.

역시 인기작가인 하루키답게 쉽게 그 이름을 찾아볼수 있었다. 그런데,

장편의 '2권' 밖에 없었다.

댄스댄스댄스 2
태엽감는 새 2

둘다 안읽어본 책이지만, 이거 어떻게 할수없잖아. 2권으로 배고픈 책장을 채우고 언젠가 나타날 1권을 기다릴수도 없고 말이지.

분명 참을수 없어 언젠가 2권을 읽어버릴테고, 그건 마치 변기물을 내리고 일을 보는 것 같달까.

그런데 가만 둘러보니, 의외로 혼자 서가를 지키고 있는 '2권들'이 눈에 띄었다. 한둘이 아니잖아. 외롭게, 왜 2권이 혼자 있는거지-.



도대체 왜 헌책방에는 2권만이 존재하게 된 걸까.
원 주인이 기념으로 한권만 놔두고 팔아치운걸까.
헌책방에서도 1권 사서 읽어보고 재미있으면 2권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걸까.
'헌책방 1권 콜렉터'라는 내가 모르는 집단이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처음부터 2권만 사서 읽고 헌책방에 넘기는게 유행인걸까.


어떤 이유였건간에, 2권만 남아서 책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헌책방이 안스러워졌다.


함정을 설치하고 로드런너를 기다리는 의기양양한 코요테처럼, 완성된 세트를 책장에 들여놨을텐데.
사랑하는 연인들의 두근거리는 시작과 쌉싸름한 결말을 알수 있었을 텐데.
탐정이 힘들게 찾아낸 범인이 죽인 사람을 알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지금 내 책장에 2권만 들여놓지는 않겠어. 1권을 궁금해하는건 헌책방의 몫이니까.


언젠가, 1권과 2권. 혹은 3권,4권까지 모든 세트가 모이는 날을 기대하겠어. 자주 들러봐야겠지. 헌책방에. 물론,


지나가는 길에.




덧.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을 쓴 리차드 바크씨는 지금쯤 눈 감으셨을까요. 책장의 어느칸에 넣어야할지 고민입니다. 슬슬 편히 쉬고 계실것 같기는 한데-.

이글루스 가든 - 한달에 책 5권씩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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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banana 2006.08.14 16:24 신고

    아직 살아계셔, 살아계신 분들의 장으로...

  2. Favicon of http://hagun.egloos.com hagun 2006.08.16 22:07 신고

    아하, 어떻게 안거지?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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