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이 반반씩이라면 나는 다시 낙하산을 뛰어내려 사진을 찍겠네
 

사진을 처음 찍기 시작했을 무렵, 강렬한 로버트 카파의 사진 몇장과 그의 생애에 대해 듣게 되었다. '멋지다-'라는 것이 첫 감상이었다. 그처럼 전쟁에 종군하지는 못해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꿀수있는 그런 사진을 찍고 싶었다. 현대적 저널리즘 사진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대상에 접근하는지 알게 된 이후로 포기했지만, 여전히 포토-저널리즘은 내 사진의 큰 지침이다.

카파에 대해 알게 된 이후, 그의 종군기인 이 책을 한참 찾아 헤멨다. 이미 절판된지 오래인 책을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이렇게 돌아다니다가 운좋게 LIFE지의 <In War>사진집을 발견해 그 속의 카파 사진을 보며 그의 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다시 카파에 열광하게 되었을 때 이 책이 다시 출판된걸 알게 되었고, 나를 카파와 이어주는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로버트 카파의 가장 유명한 두장의 사진은 스페인내전때 찍은 <어느 인민전선파 병사의 죽음>과 '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라는 라이프지의 문구로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찍은 사진이다. 두 사진 모두 적진으로 전진하는 병사를 그보다 더 앞에서 찍었다는 특징이 있고, 이는 카파가 한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하지만 카파가 한 말이 사진가와 대상의 물리적인 거리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2차 대전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을 통해 사건의 단순한 관찰자로 존재하는 사진가가 아니라 사건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사진가로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단순히 포토 저널리즘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 그 이상을 볼수있다. 지뢰를 밟고 폭사한지 50년이 넘어 영웅화된 카파의 그림자 속에서 인간적인 그의 모습을 볼수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종군기의 가치는 충분해보인다. 2차대전과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핑키와의 연애담도 있고, 아슬아슬 스릴넘치는 그만의 모험담도 있다. 매끄러운 글의 진행과 위트있는 대사들도 재미있는 전쟁영화를 보는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그가 전설로 남은 것은 모든 전쟁에 참전한 종군기자로서의 명성도 있었지만, 현재 전셰계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사진을 제공하는 <매그넘>의 설립자로 얻게된 명성도 무시할수 없을 것이다. 헝가리 태생의 적국인으로 종군하면서 콜리어스와 라이프 등을 전전하며 자신의 느낌과 체험이 아닌 '사진'만을 제공해야했고, 이 사진들은 편집자들의 손에 왜곡되어 촬영 당시의 의도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사진가들의 권리를 대변해 <매그넘>을 설립했고, 매그넘은 대상에 접근해 그들의 생활을 해석하는 카파의 휴머니즘적 방식에 의거해 포토-저널리즘을 이끌었다.

매체의 중심이 사진위주의 잡지에서 TV로 옮겨가면서 우리는 전쟁의 현장을 생중계로 볼수 있게 되었고, 매체는 더 잔인하고 충격적인 현장을 사진가들에게 요구하게 되었다. 하지만 TV를 통해 전쟁을 보고 충격적인 사진을 보면서 전쟁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할수 있을까. 오히려 우리는 전쟁을 현실감이 떨어지는 다른 세상의 일로 생각하게 되었고, 전쟁을 세계에 드러내고 그것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던 포토-저널리즘은 몰락했다.


카파가 앞장섰던 포토-저널리즘은 이제 예전만큼의 위력을 갖지 못하고 다른 방법과 주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의 사진과 글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에 몸서리치게 된다. 그것만으로도 카파의 업적은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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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phantasist.egloos.com 유로스 2006.07.05 11:45 신고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2. qny37 2007.04.02 13:36 신고

    ㅎㅎ 나 금욜날 Fresh Friday로 카파 사진전 보고왔어요~

    흠.. 단점이라면.. 사진에 너무 많은걸 담아내서 연달아봤더니 피곤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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