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 이 글은 다분히 '자랑쟁이'인 제 입장에서 생각한 것으로 실제 북클럽의 결산/지름 리스트 열풍과는 무관할수 있음을 밝힙니다.

우리는 유난히 리스트에 열광한다.
책마을에 결산열풍이 몰아친 것처럼 독서후기보다 결산이 인기있고, '이번에 구입한 책 리스트', '지름 목록' 등의 제목을 가진 글도 조회수가 빠르게 올라간다. 이런 류의 목록형 게시물은 어려운 내용이 없어서 쉽게 읽히기 때문인지 부담없이 클릭해볼수 있다. 쓰는 사람도 어려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잘 모르겠는 부분은 슬쩍 덮어둘수 있기 때문에 가볍게 글을 써서 올릴수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번달에 뭐를 읽었는지, 이번에 나가서 뭐를 샀는지가 그렇게 재미있는 걸까?? 부담없이 쓰고 부담없이 읽을수 있다는 장점은 인정하지만, 아무리 머리싸메고 읽는 부담이 없어도 재미가 있어야 게시물을 클릭해볼것 아닌가? 단순한 리스트의 나열과 짧은 설명에 이렇게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아, 혹시 관음증 때문일까? 그 사람이 뭐를 했는지 궁금하고, 그 사람 속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 지름 리스트는 그 사람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고, 결산은 그 사람의 책에 대한 간단한 느낌들이 들어있으니까, 우리가 리스트에 열광하는게 관음증 때문이라는건 어느 정도 타당한 이유가 아닐까. 남의 취향을 몰래 엿보고 싶은 마음-.
그럼... 리스트를 올리는 사람은 노출증? 뭐, 리스트를 올리는 이유는 분명 누군가가 그걸 보라는 의미일테니 이것도 맞는 이야기라고 할수 있겠다. 어떤 글이든 - 일기마저도 - 독자를 예상하고 적기 마련이니까.
... 뭐야, 그럼 우리가 글을 올리고 다른 사람 글을 읽는 이유가 전부 관음증과 노출증으로 설명이 되는거잖아? 리스트 열풍의 이유가 단지 이건 아닌거 같은데.

그럼 그 두가지가 합쳐져 생겨난 리스트의 열풍일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리스트형식의 글을 통해서 쉽게 그 글을 쓴 사람의 취향을 읽을 수 있고, 게시판을 통해서만 아는 타인의 취향을 보는게 자신의 관음증을 만족시키기도 하고. 어쩐지 말이 되는것 같다.
글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내가 이러이러한 책을 읽었는데, 책 이만큼 읽었다고 자랑하려면 뭔가 쓰기는 써야할 것 같은데 독서후기를 다 쓰자니 글 쓰는 시간도 엄청나게 걸리고 노력도 많이 필요하고 솔직히 멋지게 잘 쓸 자신도 없으니까 간단히 결산 식으로 짧막하게 이 책은 이렇더라,라고 올리면 되겠구나. 이런 생각에 'X월 결산'은 올라온다. 그럴싸한데?

물론 깊은 생각 없이 키보드를 쳐내려가며 생각한 것들이니 제대로된 분석이 아니라는 것 쯤은 알고있다. '난 저런 이유 때문에 글쓰는게 아니다'라고 변명해도 소용없다. 처음부터 자랑쟁이인 내 입장에서 글을 쓴다고 했으니 저 이유도 순전히 내 경우니까.
오히려 길게 썼어야하는 부분은 글을 읽고 쓰는 행위와 관음증/노출증에 대한 것이라는 것도 알고있다. 하지만 오늘은 이정도로 OK. 일기가 왜 자신을 관객으로 하는 글쓰기인지 안다면, 일기를 왜 훔쳐보고 싶은지를 안다면 누구나 이해할수 있을테니까.

처음엔 조금 딱딱한 글이 되려다가, 가벼운 글이 되다가- 나중엔 어거지와 자기 변명으로 똘똘뭉친 글이 되어버린것 같다. 난 왜 뭐 좀 써보려고 하면 이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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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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