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밈없이, 자신에게 솔직한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글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것이다. 일기마저도 훗날 자신의 과거를 만나기 위해 일기장을 펼치는 미래의 나에게 쓰는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왜인지, 내 마음을 남에게 들켜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자랐다. 어렸을때 어머니께서 하신 '넌 미술 같은걸 좋아하니까.' 라는 말에 미술을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난 미술을 좋아했지만 수전증이 있어서 계속 못했다는 것을 변명처럼 달고다녔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때도, 내 마음을 숨기느라 결국 그녀가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내 적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너무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변명을 만들어 자기 합리화를 했다. 내 마음을 너무 꼭꼭 눌러담은 나머지, 나중엔 내가 그녀를 정말 사랑했는지도 알수없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지 못하는 내 성격상 솔직한 글을 쓴다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일기마저도 내 생각을 못 적을 때가 많았다. 나중에 읽어보면 일기를 쓸 당시 내가 생각했던 것들을 떠올릴 수 있도록 나만 알아볼만한 단서를 남겼지만, 그렇게 써놓은 일기는 중요 단어는 하나도 없이 형용사와 조사만 덩그러니 남아있어 마치 독일군의 비밀문서 같아 보였다.
 
군대에 와서 책마을을 만나고 멋진 글을 쓰는 사람들을 만나 내 글쓰기도 한 걸음 나아가는 것 같다. 조금이나마 자신에게 솔직하려 애쓰고, 괜한 허영심에 잘 이해도 못한 책을 인용하는 것도 없앴다. 여전히 내 글을 쓰는 것은 막막하고, 써놓은 글을 다시 읽어도 부족한 것만 눈에 밟히지만, 자신의 치열한 삶을 글을 통해 표출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글을 통해 나를 반성하고, 내 삶을, 문제를, 희망을 솔직하게 적어내릴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 글을 적으면서도, 누군가가 내 뒤로 지나갈 때마다 얼른 숨겼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글이라지만, 다 쓰지도 않은 글을 보여주는 것이 창피한건지, 내 앞에서 내 글을 읽는 것이 창피한건지, 영 쑥스럽기만 하다. 혹여 내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내 앞에서 이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은근슬쩍 웃어넘기려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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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라넷 책마을에 올렸던 글.
그리고 여전히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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