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당연하게도, 이 책을 작가의 이름없이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빈치 코드로 너무 '떠버린' 댄 브라운의 첫 작품. 과연 그는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했을까?

국가안보국 NSA에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해독하는 암호부가 있고, 암호부에는 수잔이라는 매력적인 여자와 모든 암호를 해석할수 있는 트랜슬러라는 거대한 컴퓨터가 있다. 그런데 어느 일본인 암호학자(?)가 어떤 컴퓨터로도 해석할 수 없는 암호화 기법이라는 디지털 포트리스를 발표하고 암호부에서는 이 디지털 포트리스의 키를 수잔의 남자친구를 시켜 찾아오게한다. 그런데 어쩌고 저쩌고...

국가안보국. 암호. 키. 이런 몇 단어에서 연상가능하듯이 이 소설에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각자의 역할과 계획을 가지고 대립하는 상황이 묘하게 뒤섞여 긴장감 넘치는 상황들을 만들어내고, 거대한 컴퓨터나 해킹, 라틴어 등에 대한 '해박해보이는' 지식이 소설에 빠져들게 만들고있다.

그런데, 글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들이 많이 느껴졌다.

표지의 작가소개에서 말한것처럼 '국가 안보와 테러 방지가 우선인가, 개인의 사생활 보호와 권리가 우선인가'를 소재로 삼기는 했지만, 그는 저 문제에 대해서 전혀 언급이 없다. 무엇이 우선인가? 그는 단순히 저런 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지만 자신의 주장은 찾아볼수 없다.

또한 처음 글을 시작한 그의 문장이 매끄럽지 못한것인지 인터넷 소설들에서나 찾아볼수 있을것 같은 사소한 실수들이 눈에 보인다. 듣지 못하는 암살자에게 '들었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물리를 공부하고 주기율표를 본적이 있으면 알수있는 중요한 단서를 등장인물들이 답을 찾아내기 몇페이지 전에 제공해서 김을 빼버렸다.

해킹과 컴퓨터에 대한 묘사는 일반적인 대중을 현혹시키기에는 충분할지 모르지만 컴퓨터와 해킹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은 공중전화 박스에서 국방부 컴퓨터를 해킹하는 영화속에나 나오는 해커가 연상되어 비웃음을 참을수가 없어진다. 이 글이 언제 쓰여진 것인지 알수없으나 컴퓨터가 이렇게 일상화되어 모두들 자신의 손발처럼 컴퓨터를 다루는 지금 이 소설의 묘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것은 다빈치 코드의 성공에 힘입어 뒤늦게 출판된 소설로는 어쩔수 없는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5년전에 나왔더라도 컴퓨터 전문가들에게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으리라.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주인공들의 신격화가 눈에 띄게 거슬린다. 분위기나 묘사를 통해 여주인공의 매력을 독자들이 느끼도록 하지 못하고 몇번씩이나 그녀가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암호학에서는 두말할것도 없이 천재적이고. 남자주인공은 돈 못버는 교수지만 여러가지 언어에서 천재적이고 그럴듯하게 생겼으며 운동도 썩 잘해서 도망도 잘 다니고 총알도 그를 피해가는 행운까지 겸비하고 있다.

내가 찾아낸 이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먼저 읽은 내 주변의 사람들은 다들 재미있게 잘 읽었다고하며, 누군가는 다빈치 코드보다 훨씬 낫다는 말도 했다. 솔직히 나도 여러가지 헛점을 느끼면서도 썩 재미있게 끝까지 읽었다고 할수있다. 하지만 수많은 무협지들도 다 재미있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들도 다 재미있다. 명작의 반열에 올라 수십년간 읽히지는 못하더라도 베스트셀러라도 되려면 그런 글들과 차별화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할텐데, 난 이 책에서 그런 특별한 장점을 찾지는 못했다. 훌륭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다빈치 코드로 쌓인 그의 명성을 너무 인식해서 이렇게 악평을 쏟아놓는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천재작가'라는 댄 브라운의 평가는 출세작인 다빈치 코드를 읽어보고 내려야겠다.


이 글을 쓰면서, 읽기 어렵고 미묘한 감정을 담아낸 책은 읽고나서 후기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이처럼 쉽고 확실한 재미를 주는 책은 혹평을 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한심한가...






디지털 포트리스

댄 브라운 저/이창식 역 | 대교베텔스만 | 원제 Digital Fortress(1998) | 2005년 06월

ISBN : 8957591230
ISBN : 895759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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