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거창한 글을 쓰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한때 즐겨마셨던 그 술에대한 애정을 풀어놓으려는 것뿐이죠.
첫 인상은, 그러니까 기네스라는 술의 첫 인상은 '상당히 비싸고 그저그런 병맥주'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썩 비싼 술집의 메뉴판에만 존재하던 '기네스'를 고급 술을 마셔보고 싶다는 객기에 주문했고, 짙은 갈색 병안에 들어있는 액체를 별다른 생각없이 마셔버렸습니다. 다른 맥주와 다를게 없었어요. 특별한 인상이 기억도 나지가 않으니까요.
몇년 지나서 2002년. 월드컵의 열기를 안고 찾게된 아일랜드에서 마주친 '기네스'.
이때쯤엔 조금씩 술맛을 알게되었고, 워낙에 펍문화가 부러웠던지라 친구와 해질무렵 찾곤했던 펍에서 기네스를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Two Pints of Guinness, Please.'
항상 둘이었기에 입에 붙어버린 저 말.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고 그냥 바텐더에게 지껄여댔던 저 말이 그때는 왜 그리 멋지게 들렸는지.
주문을 받은 바텐더는 테이블 밑에서 'Guinness'가 찍힌 커다란 Pint 잔을 두개 꺼내고 흑갈색 액체를 잔에 3/4 가량 따릅니다. 여기가 재미있는데, 조금 남겨두고 따른후에, 잠깐 기다려야해요. 시끌시끌한 바 앞에 서서 흰 거품과 불투명한 흑색 액체로 나눠지는 기네스를 바라보며 서있는 그 순간을 사랑했어요.
흰 거품이 떠오르고 나면 나머지를 더 따르는데, 그 순간 살짝 망가지는 흰색과 검은색의 경계가 안타까울정도라니까요.
파인트 잔을 하나씩 들고 친구와 대충 펍의 구석진 아무곳에나 서서 이것저것 떠들어대면서 마시는 첫 모금. 크림같이 하얗고 부드러운 거품이 입술에 와서 살며시 신고를 하면, 곧이어 담배꽁초가 잔뜩 들어간 맥주병에서 따른듯한 마시면 안될것같은 검은 액체가 입안 가득 들어오는데 오비나 하이트, 버드, 하이네켄 같은 평범한 맥주와는 다른 그 이상한 맛에 갸우뚱하게되죠.
한모금 꿀꺽. 또 한모금 꿀꺽. 두 모금째에 반해버렸어요. 라거 맥주류의 탁 쏘는 맛이 아니라 부드럽고 진한 에일맥주의 매력. 이상한말인데, 친구랑 둘이서 기네스를 마실때를 이렇게 표현했었어요. 부드럽고 차가운 액체가 목에서 꼴딱, 꼴딱, 넘어간다고.
한참 기네스에 반해있을때 찾아갔던 기네스 팩토리에서는 공장의 한층 한층을 올라가는 견학 과정의 마지막 순서로 맨 위층에 공장에서 만든 기네스를 시식할수있게 펍을 만들어놓았어요. 여기서 마셨던 기네스는 뭐랄까. 머리를 때리는 맛이었죠.
매일 저녁을 기다리게 만드는 마력. 그 색처럼 두 얼굴을 가진 마녀. 흑마술에라도 걸린듯 펍을 찾아 기네스를 마셨죠. 다행히 아일랜드에서는 가장 싼 맥주였고 파인트 잔은 생각보다 커서 한잔이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재정적으로도 큰 부담은 안되더군요.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영국의 펍에서는 벌써, 그 맛이 변해있었어요.
친구와 둘이서 의도적으로 찌푸리면서 '이것도 기네스야?'라고 서로 묻던 기억..
아무래도 바다를 넘어가면 알수없는 화학작용에 술 맛이 달라지는 거라고 가설도 세우고 말이죠.
그 친구는 아일랜드에서 돌아온지 1년이 넘도록 얼굴한번 본적이 없었어요. 작년 가을인가에 처음 만나서 역시 기네스를 마시러 갔었죠. 강남에 있는 아이리쉬 펍으로.
한잔에 3유로가 조금 넘던 가장 싸고 맛있었던 마법의 술은 큰 바다를 건너면서 가장 비싸고 그때만큼 깊은 맛을 내지는 못하는 술로 변해있더군요.
그래도 첫 '꼴딱'을 넘기고 서로 만족스러운 그 얼굴빛. 친구와 저는 추억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그 기네스 단 한잔을 위해서 만났는지도 몰라요.
끝을 맺을수가 없군요. 그 기네스를 마시는 순간, 이미 끝이었는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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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miloo.egloos.com miloo 2005.12.13 22:22 신고

    강남역에 - 거기 어디냐 거기.
    아. 거기 다시 가서 마셔봐야지.
    꼴딱꼴딱. ㅎㅎ 갑자기 군침도네 츄르릅.

  2. Favicon of http://hagun.egloos.com hagun 2005.12.18 08:20 신고

    아이리쉬 펍 더블린.
    학교근처 퀸즈네스트에도 있어. 오히려 쌀텐데...

  3. Favicon of http://miloo.egloos.com miloo 2005.12.19 11:07 신고

    아 그 여왕머리 가게 +_+
    거긴 결국 한 번도 안가봤다 재학중에.. 핫핫..;

  4. Favicon of http://exchange.tistory.com Rαtμkiεℓ 2007.06.23 11:54 신고

    역시 현지 가서 먹는 게 제일인 듯 해요. 글 잘 읽었습니다. 언제 한 번 아일랜드 방문하고프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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